무진스님의 [극락왕생] - 사랑은 만남과 헤어짐의 정차역입니다.
[즉문]
스님,
저 어떻게 해야 하는거죠?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술에 취해 찾아온 그가
저라는 사람을 핸드폰까지 뒤질 만큼
비겁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두 어떤 여자에게 전화를 건 상태였고,
참을 수 없는 분노에 그 여자에게 전화를 했고,
그 동안 끝까지 여자가 생긴 거 아니라던 그였고,
예전처럼 뭐라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
가슴을 도려내는 듯 너무 아프고,
미친 듯이 울면서 허탈한 웃음이 났어요.
처음으로 그를 잊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따끔히 일러주세요.
잊는 게 좋을 것 같다하시면 정말 잊으려 노력해 볼게요.
오늘도, 내일도 잠을 이루지 못할 거 같아요.
늘 좋지 않은 일로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즉답]
삼보에 귀의하옵고,
소승과의 인연을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픈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사연에
소승 역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이제 조금이나마 후련해 지셨는지요?
마음속에 꽁꽁 담아두기 보다는
가만히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응어리를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그러니, 미안해하지 마시고,
언제든 마음 편히 찾아와 주세요.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지만,
사랑은 만남과 헤어짐의 정차역이기에
누구나 위기가 한두 번쯤은 오지요.
술에 취하면 본성이 드러나는 것처럼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찾아온 것을 보니,
아직 두 분의 인연은 끊어진 것이 아닙니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공양 가운데 으뜸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더없는 향기일세.
아름다운 그 마음이 부처의 마음이요,
깨끗한 그 성품이 영원한 법신일세.
- 송고승전 -
당장 마음은 괴롭겠지만,
참고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니,
아직 헤어짐을 속단하지 마시길 바라며,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은 후에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맑은 정신으로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간혹 안 좋은 일이 생겨
마음을 흩트려 놓게 되는 고비,
즉, 마장이 오기도 하는 것이니,
우선 짧게나마 한달만이라도
그 사람을 위한 진심어린 마음으로 기도하여
정성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소승 역시,
두 분의 행복한 인연을 위해
매일 정성껏 기도를 드리고 있으니,
그 동안의 공덕이 헛되지 않도록 합시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부산 관용사 주지 무진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