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스님의 [극락왕생] - 사랑을 포기하는 게 이별이 아닙니다.
[즉문]
스님,
절 무시하고 귀찮아하는 그 사람에게
이젠 저도 한계를 느껴요.
그 사람이 제 말만 조금만 들어줘도
서로 나눌 수 있어서 덜 힘들 텐데..
모든 걸 혼자 다 하려니, 힘들어요.
제가 포기하면 끝나는 거거든요.
모든 게 다 허무하고, 부질없단 생각이 들어요.
[즉답]
삼보에 귀의하옵고,
부산 관용사와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마음은 환상과 같아
허망한 분별에 의해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마음은 바람과 같아
붙잡을 수도 없으며, 모양도 볼 수 없습니다.
마음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
거품은 이내 사라지고, 멈추지 않으며,
마음은 불꽃과 같아
인과 연이 닿으면 활활 타오르지요.
마음은 번개와 같아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순간순간 소멸하며,
마음은 허공과 같아
뜻밖의 연기로 더럽혀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마음은 시시각각 움직여
온갖 모양과 무늬, 형태로 나타나듯이
사랑도 이별도 내 마음의 반영입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인연이란,
만남의 순간부터 서로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친밀하고 친근한 감정이 오고 가는 것입니다.
사랑을 포기하는 게 이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점점 멀어져 떨어지는 것이니,
내 마음이 남아있다면 인내해야 합니다.
설혹 그 마음이 아프고 힘들지라도
사랑과 정에 대한 기대나 바램은 내려놓고,
순수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랑으로 인한 고민과 근심, 번뇌를
나를 위한 참회와 그 사람을 위한 축원으로
온 마음을 다해 정성껏 기도하도록 하세요.
자신의 얼굴에서 열정의 꽃을 피워내고,
자신의 가슴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내면,
서로의 인연에서 행복의 꽃을 피워낼 수 있습니다.
이 곳 부산천마산의 관용사에서
소승이 잊지 않고, 축원드릴 것이니,
참된 인연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부산 관용사 주지 무진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