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스님의 [극락왕생] - 방편에만 의존하셔서는 되지 않습니다(번뇌)
[즉문]
스님...
오랜 시간을 기다려 그 사람과 겨우 만났는데,
나를 잊고 싶다는 그 사람의 말에
대화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한 채 헤어졌습니다.
그 동안 제가 저질렀던 많은 잘못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차오르지만,
이제 그 사람에 대한 미련을 접을려고 합니다.
그 사람과의 인연이 힘들어
이렇게 포기 아닌 포기를 하지만,
그래도 연락할 수 있는 관계로 남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스님의 말씀처럼
더 좋은 인연이 다가올 거라 믿고,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나 행복해 지고 싶습니다.
[즉답]
삼보에 귀의하옵고,
다시 이곳 부산관용사의 소승을 찾아 주시니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청명한 날씨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낙비가 오니
소승의 마음이 무거워지는군요.
우리네 삶도 이와 같아
살아가는 동안 쉼 없이 업(業)을 지어가며,
뜻하지 않은 과보로 괴로움과 고통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던 절망도,
죽기 전에는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고통도,
어느 순간이 되면 왜 그런 일로 힘들어했는지
믿어지지 않을 때가 찾아옵니다.
허나 법우님은 심신이 지쳐
그 번뇌가 더욱 커져만 가는 아픔을 겪고 있으니
소승의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새로운 인연을 맺고자 하신다면
길함이 있으리라 보이나
우선 번뇌를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부적을 방편으로 하고, 기도를 올렸다 하여
금방 나아지는 경우는 드문 일이니,
방편에만 의존하셔서는 되지 않습니다.
이 모두가 과거의 업에서 비롯된 것이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위한 서원을 세우고, 행하셔야 합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날이 시작되지만,
빛과 함께 새로운 걱정거리가 찾아오기 마련이니,
나태해져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법우님은 불법과 인연이 깊으니,
부처님의 가피로 다복을 누리실 수 있도록
지극정성으로 기도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인연과의 재회를 기원하며,
진심을 다해 축원 드리겠습니다.
성불하십시요.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부산 관용사 주지 무진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