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스님의 [극락왕생] - 행복에 대한 집착은 지나가는 번뇌일 뿐입니다(천생연분)
[즉문]
스님,
전 저를 너무 사랑합니다.
어느 순간 제 자신이 없는 것 같아 괴롭네요.
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저의 조그만 실수도 용납 못하는 이 관계를
어떻게 지혜롭게 이끌어 나가야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당장 끝나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도 아픔도 없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다가
갑자기 막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제가 미칠 것 같아요!
[즉답]
삼보에 귀의하옵고,
이곳 부산 관용사의 소승과 인연이 되어 반갑습니다.
스님이 회초리를 들고자 하니,
다소 섭섭하다 너무하다 생각되어도
꾹 참고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같이 있으면 다툼이 일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는 싶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서운함으로 가득하니,
이 인연이 맞다고 어이 볼 수가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맑은 거울 앞에 서서
내 표정을 내 모습을 내 마음을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세요.
천생연분으로 맺어진 인연도 고비가 있어
살면서 너 죽고 나 사네 할진대,
역상으로 만난 두 분께서 어찌 고비가 없을런지요?
남이 부럽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준만큼 받겠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장 옆에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마세요.
행복에 대한 집착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번뇌일 뿐,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마음입니다.
한의사가 사람의 체질에 맞춰 병을 치료하듯
이 모든 고통이 내가 만든 굴레임을 깨달아
내 마음을 어떻게 다 잡을 것인가만 생각해야 합니다.
인연의 맺고 끊음은 한순간의 선택이나
그 후의 삶은 온전히 자신이 견뎌야할 업임을 잊지 말고,
요동치는 마음을 고요하게 다스리도록 하세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보살님의 고통과 시련을 인내로 품어
오직 내 낭군 이라는 믿음으로 정진하면,
분명 소망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스님이 잊지 않고, 기도드릴 것이니,
용기를 가지고, 힘을 내시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부산 관용사 주지 무진합장